최근 호주 조기유학이 늘고 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집계한 초·중·고 유학생 출국 통계에 따르면 그 해에만 2046명의 초·중·고교생이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중국·캐나다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호주 유학 관계자는 "부모 동행 이주나 그냥 눌러앉는 경우까지 합하면 실제로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왜 호주가 인기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현지의 중·고등 교육현장을 가봤다.
◆사립학교, "인재 공장이 아닌 리더 양성소" 호주 사립교육 현장 취재를 위해 지난달 28일 방문한 킹코펄 로즈베이(Kincoppal-Rose Bay) 여학교(중·고등)는 시드니 인근 로즈베이 언덕 높이 자리하고 있다. 교실 창밖으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 등 미항(美港)으로 소문난 시드니의 경치가 시원스레 펼쳐졌다.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 역사 수업. 하늘색 교복에 흰 리본으로 똑같이 머릴 묶은 14명의 학생들은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에 대해 토론했다. 사료(史料)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가 토론의 주제였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또 서로 반론했다. 선생님은 "사료를 누가 왜 썼는지 시대적 맥락을 잘 따져보라"며 중재자 역할만 했다. 연도를 줄줄 외게 하는 한국의 역사 교육과 사뭇 달랐다. 오후 3시 15분에 수업이 끝났다.
애슐리(Ashley) 등 9학년 학생 다섯명은 시내로 나가는 학교 차량에 올라탔다. "작년까진 방과 후 운동을 했는데 올해엔 소외계층 봉사활동을 나간다"는 설명이다.
애슐리는 대신 수업 시작하기 전 한 시간 동안 필드하키 연습을 한다고 했다. 학교는 방과 후 특별활동으로 운동과 예체능은 물론 사회 참여 활동도 지원한다. 학생들은 직접 '호주 원주민 인권운동', '저소득층 봉사단' 등 다양한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한다. 수 랭캐스터(Lancaster) 학생처장은 "400명의 학생 모두에게 스포츠·예술·사회 활동에 골고루 참여하라고 독려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음악을 모르는 은행가, 소외계층의 고민을 모르는 법률가, 이들이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니키 데니스(Dennis) 교무처장은 "우리는 미래 의사·변호사만 찍어내는 인재 공장이 아니라 '균형 있는 리더'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라고 거들었다.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가르치는 공교육 다음날 멜버른 외곽의 공립 맥키넌 중·고등학교(McKinnon Secondary College). 학생들이 입은 남색 교복이 눈에 띄었다. 호주 공립학교는 대부분 교복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교복을 거의 입지 않는 일반 미국 공립학교와 차이를 보였다. 선생님을 부를 때는 꼭 '써(Sir)' 또는 '맴(Ma'am)'을 붙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기자의 눈에 호주 학생들은 순종적으로 보였다.
빅토리아주 교육청의 조지 하디(Hardy) 국제실장은 "영국 교육제도의 영향이 강한 호주는 교권·학생 행실 지도 등에 있어 좀 더 보수적"이라고 했다. 스무명 남짓한 8학년 학생들이 있는 마케팅 수업 시간. 이날 과제는 '나만의 브랜드 만들기'였다. 사마라(Samara)는 익숙한 솜씨로 포토샵을 이용해 '봉커즈'라는 그녀만의 독특한 사탕 브랜드를 만들었다. "실제 사탕 브랜드 추파춥스에서 색감, '롤리가블'에서 캐릭터를 따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기존의 상품과 차별화되는 점이 뭔지 덧붙여서 수업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라"고 지시했다. 피사 비니언 교장은 "학교가 인생의 모든 답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 대신 학생들이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는 법을 배우도록(learn how to learn) 가르친다"고 했다.
모범답안만 달달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는 법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대신 필요한 교육재는 모자람 없도록 지원해준다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했다. 호주의 케빈 러드(Rudd) 정부는 2007년 출범 이후 '교육혁명'이란 기치 아래 162억 호주달러(약 17조원)를 투입해 공교육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자가 찾은 맥키넌 학교의 과학·미술 교실에는 개인 책상마다 컴퓨터가 보급돼 있었다. 노트북은 무상대여해 줬다.